음향신호기, 리모컨 필요 없는 스마트한 세상 열리나?
스마트폰이 온 세상을 스마트하게 바꾸고 있다. 시각장애인계도 예외가 아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시각장애인들이 점점 늘고 있고, 접근할 수 있는 앱(APP)과 콘텐츠들이 다양해지고 있다.
작년부터 시각장애인용 음향신호기에도 스마트폰을 활용한 기술을 접목하려는 움직임이 보였다. 그리고 지난 7월 19일 도로교통공단에서 열린 ‘교통약자 이동권 증진을 위한 학술토론회’를 통해 그 윤곽이 드러났다.
이날 도로교통공단 권기환 연구원은 ‘시각장애인용 음향신호기 성능 개선 방안’을 발표하면서, 현재 음향신호기 정책 및 운영상의 문제점을 스마트폰을 이용한 지리정보시스템을 도입해 개선하자고 주장했다.
이 방안은 국내에 설치된 모든 음향신호기의 위치를 데이터베이스화한 다음, 위성항법장치인 GPS를 장착한 시각장애인용 내비게이션(길 찾기 프로그램) 앱을 개발하면 가능하다는 것이다. 스마트폰의 내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입력하면 길 안내를 하게 되고, 보행 중에 횡단보도를 만나면 자동으로 음향신호기가 작동하여 음성으로 안내를 하는 스마트 시스템이다. 스마트폰에 의해 음향신호기를 작동하기에 리모컨도 필요 없게 된다.
시각장애인용 음향신호기는 1985년 처음 국내에 도입된 이래 ‘버튼식’을 거쳐 2000년에 리모컨을 적용한 방식으로 발전해 왔다. 그리고 2009년에는 횡단보도의 위치 및 방향까지 안내하는 기능이 추가되며 사용자 편의를 위해 지속적으로 개선돼 왔다.
사실 음향신호기에 리모컨을 사용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할 정도로 첨단 기술이 적용돼 있다. 하지만 생산업체가 영세하다보니 품질이 불량해 고장이 잦고, 기술력도 미흡해 여러 신호기가 중복 작동되는 등의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또한 낮은 리모컨 보급률과, 저조한 설치율, 관리 운영 소홀도 불만의 요소로 작용해 실제 사용자들의 만족도는 그리 높지 않다.
권 연구원은 이처럼 많은 문제들을 스마트폰을 활용한 음향신호 시스템이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여러 신호기의 중복 작동 문제는 GPS가 위치를 정확하게 인지해 신호를 주기 때문에 해결 가능하고, 리모컨이 필요 없기에 보급률 또한 의미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이날 토론에 참석한 교통시스템 전문가들과 시각장애 편의시설 관계자들은 음향신호기에 스마트 기술을 적용하는 방향에는 동의했다. 하지만, 세밀한 부분에서 보완해야 할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우선 현재의 GPS 정보들은 오차가 있어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이에 대해 권 연구원은 DGPS를 이용한 기술이 진보하고 있어 조만간 오차는 해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시각장애인 사용자의 접근성과 편의성을 고려한 스마트폰 앱 개발 ▸목적지의 주소나 정보를 정확히 모르는 경우에 발생하는 문제 ▸교차로에서 신호등 2개를 건너 대각선 방향으로 이동할 경우 우측으로 돌아갈지, 좌측으로 돌아갈지에 대한 선택의 문제 ▸저조한 시각장애인 스마트폰 보급률 ▸음향신호기 외에도 지하철이나 관공서에서 출구·화장실 등의 위치를 알려주는 리모컨의 음성유도 기능의 대체 방안에 대한 보완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권 연구원은 길 찾기 방식 외에 현재 리모컨 방식으로 작동하게 하는 등 다양한 접근 방식을 고려해 연구하겠다고 답했다.
도로교통관리공단은 내년부터 시각장애인용 GPS 음향신호기 개발 연구를 착수할 계획이며, 시범 설치를 통한 시각장애인의 편의성 시험을 충분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시각장애인 전문가들은 스마트폰 방식의 시스템이 미덥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국시각장애인편의증진센터의 관계자는 “공단의 연구는 시각장애 당사자의 충분한 여론 수렴부터 선행되어야 한다”면서, “새로운 기술 도입만이 능사가 아니라, 기존 시스템상 문제에 대한 개선 및 효율적인 관리방안에 대한 논의가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시각장애인 전문가는 “기존의 음향신호기처럼 어설픈 기술로 혼란만 주고 예산을 낭비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며, “미래형이나 첨단이 아니라도 좋으니 아주 단순한 기술이라도 안전을 확보할 수 있고, 편의를 제공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장기적 대책과 준비가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2013.08.01 제886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