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형문화재 꿈을 이룬 시각장애인
“정말 꿈만 같습니다.”
시각장애인 조경곤(46세, 1급) 씨가 지난 15일, 인천시 무형문화재로 인정됐다.
조 씨는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보유자인 김청만 선생에게 전승받아 10년 전 전문 고수의 길에 들어섰다.
시각장애인인 그가 고수가 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고수는 소리를 하는 명창의 감정에 따라 호흡이 달라지고 같은 사람이 불러도 상황에 따라 바뀌기 때문에 고수가 명창의 마음을 읽지 못하면 북장단을 맞추는 것이 불가능하다. 어느 부분에서 길게 빼고 어디서 맺을 것인지 명창의 입모양을 보고 박자를 맞추어야 하기에 그로서는 그 과정을 극복하기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무엇보다 그를 힘들게 했던 것은 시각장애인은 고수가 될 수 없다는 편견이었다.
그렇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매일 많게는 10시간, 적게는 6시간 이상씩 연습에 몰두했다. 연습하지 않을 때는 연주 테이프를 들으며 소리를 익혔고, 선생님께 가락 하나를 배워도 열 가락, 스무 가락으로 다양하게 변용하는 등 끊임없이 노력해왔다. 그러다보니 그의 손은 피가 나거나 굳은살이 박이는 것이 예삿일이었고, 심지어 꿈속에서도 북을 치고 있다고 했다.
이런 노력 끝에 그는 현재 국악계에서 탁월한 실력으로 인정받는 고수로 자리매김했으며, TV, 라디오 등 각종 방송매체 출연은 물론 여러 공연을 통해 자신의 음악적 기량을 발휘해오고 있다.
지난 5일, 지적장애인 50여 명과 합동 공연을 했던 그는 20일에도 같은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이어 5월에는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에서 큰 공연을, 9~10월경에는 완창발표회를 하는 등 다양한 공연을 준비 중이다.
이렇게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그에게 반가운 소식이 날아들었다. 바로 인간문화재 인정 심사에서 통과됐다는 것. 2011년 5월, 당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언젠가는 인간문화재가 되고 싶다”고 말했었던 그의 꿈이 2년이 지난 지금 이루어진 것이다. 그로서는 6~7년 전에도 도전했다가 낙방했던 적이 있었기에 더 뜻 깊게 느껴진다고.
인천광역시청 문화재과 담당자는 무형문화재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종목의 유래와 연역, 전승계보, 그동안의 활동 실적과 수상 기록 등을 시문화재위원과 전문가들이 조사한 뒤 문화재 지정 대상 여부를 판단한다. 통과되면 30일간의 공고기간을 통해 의견수렴 절차를 거친 뒤, 시문화재위원회를 열어 심의결정을 내리는 등의 과정을 통과해야 한다”고 말하며 무형문화재로 인정받는 것이 쉽지 않다고 했다.
이제, 그는 더 큰 꿈을 꾸고 있다.
“제 꿈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예술을 통해서 하나가 되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저보다 더 훌륭한 장애인 고수들이 나올 수 있도록 재능 있는 이들을 발굴해 지도하고 싶습니다.”
(2013.04.15 제879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