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내 엉터리 점자 표지판과 안내판 언제쯤 개선되나?
시각장애인 허용현(26세, 1급) 씨는 지하철을 자주 이용하는데, 그때마다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다른 대중교통보다 편의시설이 상대적으로 잘되어 있기는 하지만 점자 안내판이 붙어 있지 않거나 붙어 있더라도 잘못된 정보가 담겨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는 “스크린 도어에 광고판이 있는 곳에는 점자표지판이 없어서 위치를 알 수 없다”며 “공익요원에게 전화로 도움을 요청할 때 플랫폼에서 나를 찾아봐달라고 말해야만 한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우리동작장애인자립생활센터 강윤택(35세, 1급) 소장은 “1번 출구인데 2번 출구라고 표시되어 있거나 있지도 않은 출구 번호가 표시되어 있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하며, “점자 안내판이 붙어있는 위치가 다 다르기 때문에 정보를 얻는데 불편함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불편함 때문에 시각장애인들은 그동안 ▶점자표지판을 설치할 수 있도록 스크린 도어의 광고판 크기를 축소할 것 ▶저시력인을 위해 큰 문자 표지판을 설치할 것 ▶전동차 내부에 점자 표지판을 설치할 것 ▶출구 번호 등 필요한 정보를 정확하게 제공할 것 ▶점자 표지판 설치 위치를 통일할 것 ▶점자이용률의 저하를 고려해 유도 신호기도 설치할 것 등을 요구해 왔다.
한편, 한국시각장애인편의증진센터에서는 작년 12월 <2012 시각장애인용 편의시설 설치 매뉴얼 도시철도 및 광역전철편>을 제작해 배포했다.
매뉴얼은 시각장애인의 편의성을 고려해 점자 안내판 및 표지판과 관련하여 표기 내용, 규격, 재질, 시공방법, 유지 및 보수, 설치 원칙, 점자 표지 문구 등에 대해 상세하게 안내하고 있다.
그러나 매뉴얼을 따르지 않았을 경우 법적인 규제가 뒤따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시공사 임의대로 설치하거나, 점자 표지판을 아예 설치하지 않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시각장애인편의증진센터 관계자는 “<교통약자의 이동편의증진법>에는 시각장애인의 이동편의를 위해서 해당 역사의 정보를 알려주는 음성 또는 점자 안내판을 구비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 그러나 실제적으로 시각장애인이 사용가능한 제품인가를 고려하기 보다는 법에 있는 대로 설치만 하면 끝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라고 말하며 “그러나 이와 관련해 주관할 수 있는 국토해양부와 같은 상위기관에서 제도적 장치를 만들 생각을 안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금까지 정부에서는 장애인들의 권리 보장과 복지 증진을 위해 2005년 <교통약자의 이동편의증진법>, 2007년 <장애인차별금지법> 등을 제정했다. 제정된 이후에도 미비한 점을 개선코자 몇 차례 개정 과정이 이어지면서, 정부가 장애인들의 목소리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비춰져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적으로 개선된 점이 크게 와 닿지 않은 이유는 그런 ‘특별한’ 관심이 현실을 바꾸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리 좋은 법이라고 할지라도 구체적인 시행령과 이를 지키지 않았을 경우에 대한 제재 방안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2013.04.15 제879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