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아나운서 이창훈 씨, KBS 계약 연장
지난 3월 29일, 따뜻한 봄바람을 타고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계약 기간 만료로 인해 KBS를 떠날 위기에 처해 있었던 이창훈(1급, 29세) 씨가 계속 남게 됐다는 소식이었다.
이창훈 씨는 지난 2011년 7월, 523대 1의 경쟁률을 뚫고 KBS에 입사한 국내 최초의 장애인 뉴스 앵커다. 그는 그해 11월부터 KBS 1TV
본래 이창훈 씨와 KBS는 1년을 기한으로 계약했었다. 파업 등 내부 사정으로 인해 올봄 개편까지 연장했었지만, 이는 2기 앵커 채용 시 물러나는 것을 조건으로 한 단기 계약이었다.
이후 3월 18일, 장애인 앵커 2기로 지체장애인인 홍서윤(1급, 26세) 씨가 선발되고 이창훈 씨의 거취가 불분명해지자, 각 장애인 단체들은 장애인 앵커들에게 실질적인 채용기회를 보장해 줄 것을 요구하며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반발해 왔다.
이에 KBS 측은 이창훈 씨가 방송을 계속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했고, 이창훈 씨가 KBS 2TV 교양프로그램 <사랑의 가족>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재계약했다고 29일에 입장을 밝혔다.
그가 이달 말부터 일주일에 한 번 고정 출연하게 될 <사랑의 가족>은 2000년에 시작된 이래로 장애인의 삶과 희망을 전하고 있는 프로그램으로 오전 11시 20분부터 30분간 방송된다.
4일을 마지막으로 뉴스 앵커직에서 물러나게 된 그는 “지난 17개월간 12시 뉴스를 통해 시청자 여러분과 함께 할 수 있어 매우 행복했습니다. 여러분이 보내주신 사랑에 힘입어 다음 프로그램을 통해 더욱 새로운 모습으로 찾아뵙겠습니다. 지금까지 이창훈의 생활뉴스였습니다. 고맙습니다.”라는 클로징 멘트로 마무리했다.
이후 그는 7일부터 KBS 3Radio에서 6시 프로그램인 <내일은 푸른하늘(104.9MHz)>에서 월요일마다 ‘이창훈의 행복뉴스’ 코너를 맡아 진행하고 있다.
비록 이창훈 씨에서 홍서윤 씨로 교체되는 과정에서 잡음이 있기는 했지만, 장애인 앵커 고용을 통해 ‘공영방송으로서 차별과 편견없는 사회를 구현’하고자 한 KBS가 타 방송사의 귀감이 된 것은 틀림없다.
장애인고용촉진강조기간인 4월을 맞아 장애인 앵커들이 더욱 활발히 활동할 수 있도록 타 방송사의 문턱도 낮아지길 기대해본다.
(2013.04.15 제879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