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대한민국 1호 시각장애인 유튜버, 박준현 씨
생각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소셜 미디어의 열기가 한창이다. 유튜브(www.youtube.com)는 영상을 통해 표현활동을 공유할 뿐 아니라 관심분야의 콘텐츠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동영상 공유 사이트이다. 개인의 표현활동이 곧 기업의 수익이나 사회 변화에 영향을 미치게 되면서, 유튜브는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라 거대한 문화현상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대한민국 1호 시각장애인 유튜버’로 불리는 박준현 씨(남, 28세, 시각장애 1급)를 소개한다.
그의 유튜버 생활은 대학생활이 끝나갈 무렵, 취업준비로 사람들과의 만남이 줄고 시력도 급격히 떨어져 심리적으로 위축된 상태에서, 조금이라도 빛을 볼 수 있을 때 세상에 자신을 알리고 싶다는 생각으로부터 비롯되었다.
다른 시각장애인의 유튜브 채널과 차별화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영상을 찍고 편집하며 유튜브에 올리는 전 과정을 컴퓨터의 음성출력지원만으로 혼자 작업한다. 영상 촬영을 위한 소품은 휴대폰 카메라와 삼각대가 전부이다. 댓글에서 영상이 제대로 찍혔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혼자 하는 작업에 자신감이 붙기 시작했다고 한다.
둘째, 주요 소재가 특이하게 성인용 비비탄총이다. 처음에는 당시 유행하던 일명 먹방 영상을 올려보았지만 시청자가 늘지 않았다. 그러던 중, 평소 자신이 좋아하던 비비탄총을 소재로 영상을 제작해보라는 조언을 받았다. 그것이 지금까지 꾸준히 영상을 올리는 계기가 되었다.
현재 그는 헬스키퍼로 일하고 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영상으로 제작할 콘텐츠에 대해 고민할 시간적 여유가 많아 좋다. 새로운 비비탄총 모델의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 홍콩, 일본 등의 유튜브 영상을 보거나 영어로 된 판매정보를 찾아보기도 한다.
“비비탄총마다 특징을 쭉 정리해서 얘기하는 정도입니다. 대본대로 하면 너무 형식적이기 때문에, 주로 손으로 만졌을 때의 느낌, 총을 쐈을 때 어떤 감동이 있는지 얘기하면서 진행해요. 예전엔 보이는 것처럼 말하니까 말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지금은 시각적으로 자세한 설명은 최대한 배제해요. 예를 들면 제가 새로 산 비비탄총 상품박스를 개봉하면서 그 안에 들어 있는 것들을 보여주는 장면인데, 매뉴얼이 나오면 ‘안 보이니까 패스할게요. 여러분들이 읽어보세요.’ 이렇게 말하고 넘어가요. 안 보이는 걸 안 보인다고 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잖아요.”
방송을 꾸준히 하면서 공들인 만큼 그 의미와 보람도 커졌다. 몇몇 구독자들과는 오프라인으로도 가끔 만나는 사이가 됐다. 3년이 지난 지금은 그의 채널에 구독자가 만 명이 넘는다. 비장애인 유튜버 중에서 그에게 자극을 받아 비슷한 방송으로 구독자 수를 올린 사례가 있다는 데서 그의 영향력을 느낄 수 있다. 이제 그는 비비탄총 리뷰 전문가로 불리며, 시장에서 제품을 위탁받아 홍보하는 영향력 있는 방송을 하고 있다.
“장애인식개선 쪽으로 방송할 수도 있지만 장애인에 관심이 있는 사람만 보겠지요. 비비탄총 얘기를 하면 장애인에게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다 접합니다. 그럼 ‘아 이 사람이 눈이 안보여도 취미를 이런 식으로 즐길 수 있구나.’, ‘내가 TV에서 보던 불쌍한 장님이 아니구나.’ 하고 느끼거든요. 그래서 자연스럽고 당당한 모습으로 제 취미생활을 보여주고 싶은 거예요.”
진지하게 소재 선정의 취지를 설명하던 준현 씨는 “유튜브에서 저를 보고 실제로 길에서 마주치면, 신기해하면서도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분들이 있어요. 영상에서는 티가 많이 안 나는데 막상 만나보니, 길도 잘 못 찾고 어디 들이받고 그러니까요.(웃음) 구독자 분들은 초등학생들이 많고, 요즘은 40대 아저씨들도 있는데, 사인해달라고 다가오면 같이 사진을 찍기도 합니다.”라고 환한 웃음을 지었다. 유튜브는 이렇듯 진정한 소통의 장을 활짝 열어준 것뿐 아니라, 자연스럽게 장애를 알리는 그만의 독특한 인식개선 채널로도 활용되는 셈이다.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방법 내지 비법을 묻는 장애인 분들이 많아요. 저는 장애를 주 소재로 할 필요는 없다고 말합니다. 좋아하거나 잘하는 게 한 가지라도 있으면 그것이 바로 콘텐츠이지요. 예를 들어, 내가 말을 잘 한다면 유튜브를 켜놓고 화면 앞에서 떠들기만 하면 돼요. 편집을 해도 되겠지만 일부러 실수하는 장면을 보여주는 떳떳함이 중요해요.”
어렵게 얻은 노하우를 전달하려는 그의 진심이 이어졌다. “끈기도 있어야 해요. 유행하는 주제를 조금 다뤄보고 구독자가 안 늘면 포기하는 식으로는 안 됩니다. 수익을 궁금해 하는 분들도 있어요. 유튜버를 직업으로 삼을 정도라면 구독자가 50만 명 이상은 되어야 할 겁니다. 제가 구독자 만 명이 조금 넘는데 한 달에 10만 원 정도예요. 구독자가 일정 수 이상 되면 처음에는 몇 백 원의 수익이 발생하기 시작합니다. 돈을 벌 생각부터 한다면 어려워요.”
마지막으로 그는 다음과 같이 목표를 밝혔다. “자주 올리고 조회 수에 연연하는 것보다는 더 자신있는 모습, 즐기는 모습을 통해 완전히 나만의 평소 모습을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해요. 한 달에 두 편 정도 올려 많지는 않지만 매일 봐주시는 분들이 꾸준히 늘고 있어요. 저에게 관심 가져주시는 분들이니까 그 수와 상관없이 정말 한 분 한 분 너무나 감사한 마음입니다. 제 목표와 바람은, 더 많은 장애인들이 유튜브를 통해 장애로 인한 장벽을 허물어가는 것입니다.”
(2019. 3. 15. 제1021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