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시각화된 소리를 위한 진동 ‘버즈비트 프로젝트’ 기획자 황도민 씨
지난 11월 9일, 영국 브리스틀의 ‘세인트조지’에서 매우 뜻깊은 공연이 개최되었다. 그날 베토벤의 교향곡 제5번 ‘운명’이 무대를 채웠다. 12명의 연주자가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하모니와 귀에 익숙한 선율. 다른 것이 있다면, 그들 중 8명은 시각장애인이고, 시각장애인을 지휘하는 지휘자가 있다는 점이었다. ‘볼 수 없다’는 제약은 그 순간만큼은 의미를 잃었다. 그를 가능하게 한 것은 바로 지휘 동작을 시각화하는 기기 ‘버즈비트(Buzz Beat)’ 덕분이었다. 그날의 공연은 영국 방송 BBC에서도 관심을 보일 만큼 화제를 모았다. 일명 ‘버즈비트 프로젝트’의 기획자, 도미넌트 에이전시 황도민(남, 32세)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연주자의 입장에서 기획하는 공연
황 대표는 어릴 때부터 음악과 친숙했다. 음악가 집안인 가정환경 덕이었다. 그도 록 음악을 즐겼고 드럼을 취미로 익혔다. 고등학교에 진학하며 타악기를 전공으로 삼게 되었다. 하지만 연주자의 길은 생각보다도 쉽지 않았다. 특히 ‘핸디캡’이 있는 황 대표에게는 한층 어려웠다.
“선천적으로 시각장애가 있어요. 오른쪽 눈은 안 보이고 왼쪽은 교정시력 0.6 정도입니다. 안경 덕분에 일상생활은 가능하지만 거리감이 중요한 악기 연주는 많이 힘들더라고요. 그래서인지 음반 레코딩이나 공연기획에 관심이 생겼죠.”
마침 학사 과정 중 대만 타이페이국립예술학교에 교환학생으로 참가하게 되었다. 당시 학교 총장을 맡고 있었던 주종칭 교수를 만나 기획자에 대한 길을 고려하기 시작했다. 그 후 2010년 제1회 서울국제타악기페스티벌을 맡으면서 기획자로 첫걸음을 뗐다. 연주자 출신이기에 공연 기획을 더 잘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기도 했고, 장애인 연주자의 고충을 깊이 이해할 수 있기에 원활하게 지원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도 있었다. 그 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 잠시 인턴으로 일하며 실무를 익혔고, 2011년 하반기에 ‘도미넌트 에이전시’를 설립하게 되었다.
“공연 기획 분야의 제한은 없습니다. 무용, 국악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진행하고 있어요. 국내외 장애인, 비장애인 예술가의 교류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활동 영역이 넓다 보니 주요 사업도 해마다 다르다. 지금까지 진행한 프로젝트는 ‘서울국제무용콩쿠르(2014)’, ‘이혜경and이즈음무용단 오스트리아 린츠국립극장 시즌공연(2015)’, ‘K-POP 아카데미(2016)’ 등이 있다.
“규모가 큰 기획뿐 아니라 국내외 공연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어요. 요즘은 12월 14일과 15일에 열리는 마림비스트 전경호 씨의 ‘크리스마스 독주회’를 준비 중입니다.”
버즈비트 프로젝트의 아이디어 역시 그와 함께한 대화에서 나왔다. 시각장애인 연주가들의 아쉬움과 어려움, 공연 기획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중에 떠오른 구상이었다.
* 즐거운 진동, 곧 자유를 자아내기 위한 ‘버즈비트 프로젝트’
“시각장애인 연주자 가운데는 세계무대에서 꾸준히 러브콜을 받을 정도로 걸출한 실력을 갖춘 이들이 있어요. 하지만 시각적 제약 때문에 솔로나 협연, 장애인으로 구성된 단체의 초청공연 위주로 활동하는 게 현실이죠.”
지휘를 볼 수 없기에 비장애인 연주자와의 협연에 제약도 따른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고자 ‘시각화된 소리’라는 주제로 버즈비트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개발에는 영국 장애인 예술가 지원 기관인 ‘휴먼인스트루먼츠’와 음향기기 전문회사 ‘슈어’의 도움이 컸다.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이음’의 국제 교류지원사업에 선정된 것도 큰 뒷받침이 되었어요. 런던 패럴림픽에서 화려한 연주를 들려줬던 찰스 헤이즐우드가 음향 감독을 맡고, 팀파니를 담당한 전경호 씨를 비롯해 피아니스트 김예지 씨, 트롬보니스트 원희승 씨 등이 국내 연주자로 참여했죠. 현지에서는 3명의 시각장애인 연주자와 4명의 비장애인 연주자가 함께했습니다.”
버즈비트는 일종의 모션 센서로 지휘자의 움직임을 감지하여 연주자가 착용한 수신기에 무선신호로 진동을 일으킨다. 지휘자가 팔에 기기를 차고 손을 저으면 연주자가 그것을 느끼는 방식이다. 영국 브리스틀에서 성황리에 데뷔한 것을 시작으로 2019년 한국에서의 시연 공연을 준비 중이다. 그 외에 음악 공연뿐 아니라 다른 무대에 적용할 수 있을지도 검토하고 있다.
“회의 중에 무용 공연에 적용해보면 어떨까 하는 의견이 나왔어요. 무용수가 송신기를 차고, 시각장애인 관객이 수신기를 착용하는 거죠. 그러면 무용 공연의 관람도 가능해지지 않을까요?”
버즈비트의 장점은 바로 이 부분이다. 신체적인 제약뿐 아니라 음악 영역의 제약까지 넘어설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는 것. 하지만 황 대표는 이제 막 첫걸음을 뗀 것뿐이라고 말했다.
“버즈비트가 바다를 건너오긴 했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사용됐으면 합니다. 기기의 개선도 있지만 장애인 문화예술 활동이 특별한 것이 아닌, 누구나 할 수 있는 ‘자유로운 영역’이 되길 바라거든요. 버즈비트를 통해 시각장애인 연주자가 지휘라는 언어를 받아들이는 과정은 쉽지만은 않을 거예요. 지휘자 역시 적응하는 과정이 수월하지는 않을 것이고요. 그러나 자유로운 음악을 꿈꾸는 이상, 모든 무대에서 버즈비트로 이루어진 오케스트라를 들을 날도 결코 멀지만은 않았습니다(웃음).”
* 연주자의 입장에서 기획하는 공연
황 대표는 어릴 때부터 음악과 친숙했다. 음악가 집안인 가정환경 덕이었다. 그도 록 음악을 즐겼고 드럼을 취미로 익혔다. 고등학교에 진학하며 타악기를 전공으로 삼게 되었다. 하지만 연주자의 길은 생각보다도 쉽지 않았다. 특히 ‘핸디캡’이 있는 황 대표에게는 한층 어려웠다.
“선천적으로 시각장애가 있어요. 오른쪽 눈은 안 보이고 왼쪽은 교정시력 0.6 정도입니다. 안경 덕분에 일상생활은 가능하지만 거리감이 중요한 악기 연주는 많이 힘들더라고요. 그래서인지 음반 레코딩이나 공연기획에 관심이 생겼죠.”
마침 학사 과정 중 대만 타이페이국립예술학교에 교환학생으로 참가하게 되었다. 당시 학교 총장을 맡고 있었던 주종칭 교수를 만나 기획자에 대한 길을 고려하기 시작했다. 그 후 2010년 제1회 서울국제타악기페스티벌을 맡으면서 기획자로 첫걸음을 뗐다. 연주자 출신이기에 공연 기획을 더 잘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기도 했고, 장애인 연주자의 고충을 깊이 이해할 수 있기에 원활하게 지원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도 있었다. 그 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 잠시 인턴으로 일하며 실무를 익혔고, 2011년 하반기에 ‘도미넌트 에이전시’를 설립하게 되었다.
“공연 기획 분야의 제한은 없습니다. 무용, 국악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진행하고 있어요. 국내외 장애인, 비장애인 예술가의 교류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활동 영역이 넓다 보니 주요 사업도 해마다 다르다. 지금까지 진행한 프로젝트는 ‘서울국제무용콩쿠르(2014)’, ‘이혜경and이즈음무용단 오스트리아 린츠국립극장 시즌공연(2015)’, ‘K-POP 아카데미(2016)’ 등이 있다.
“규모가 큰 기획뿐 아니라 국내외 공연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어요. 요즘은 12월 14일과 15일에 열리는 마림비스트 전경호 씨의 ‘크리스마스 독주회’를 준비 중입니다.”
버즈비트 프로젝트의 아이디어 역시 그와 함께한 대화에서 나왔다. 시각장애인 연주가들의 아쉬움과 어려움, 공연 기획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중에 떠오른 구상이었다.
* 즐거운 진동, 곧 자유를 자아내기 위한 ‘버즈비트 프로젝트’
“시각장애인 연주자 가운데는 세계무대에서 꾸준히 러브콜을 받을 정도로 걸출한 실력을 갖춘 이들이 있어요. 하지만 시각적 제약 때문에 솔로나 협연, 장애인으로 구성된 단체의 초청공연 위주로 활동하는 게 현실이죠.”
지휘를 볼 수 없기에 비장애인 연주자와의 협연에 제약도 따른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고자 ‘시각화된 소리’라는 주제로 버즈비트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개발에는 영국 장애인 예술가 지원 기관인 ‘휴먼인스트루먼츠’와 음향기기 전문회사 ‘슈어’의 도움이 컸다.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이음’의 국제 교류지원사업에 선정된 것도 큰 뒷받침이 되었어요. 런던 패럴림픽에서 화려한 연주를 들려줬던 찰스 헤이즐우드가 음향 감독을 맡고, 팀파니를 담당한 전경호 씨를 비롯해 피아니스트 김예지 씨, 트롬보니스트 원희승 씨 등이 국내 연주자로 참여했죠. 현지에서는 3명의 시각장애인 연주자와 4명의 비장애인 연주자가 함께했습니다.”
버즈비트는 일종의 모션 센서로 지휘자의 움직임을 감지하여 연주자가 착용한 수신기에 무선신호로 진동을 일으킨다. 지휘자가 팔에 기기를 차고 손을 저으면 연주자가 그것을 느끼는 방식이다. 영국 브리스틀에서 성황리에 데뷔한 것을 시작으로 2019년 한국에서의 시연 공연을 준비 중이다. 그 외에 음악 공연뿐 아니라 다른 무대에 적용할 수 있을지도 검토하고 있다.
“회의 중에 무용 공연에 적용해보면 어떨까 하는 의견이 나왔어요. 무용수가 송신기를 차고, 시각장애인 관객이 수신기를 착용하는 거죠. 그러면 무용 공연의 관람도 가능해지지 않을까요?”
버즈비트의 장점은 바로 이 부분이다. 신체적인 제약뿐 아니라 음악 영역의 제약까지 넘어설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는 것. 하지만 황 대표는 이제 막 첫걸음을 뗀 것뿐이라고 말했다.
“버즈비트가 바다를 건너오긴 했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사용됐으면 합니다. 기기의 개선도 있지만 장애인 문화예술 활동이 특별한 것이 아닌, 누구나 할 수 있는 ‘자유로운 영역’이 되길 바라거든요. 버즈비트를 통해 시각장애인 연주자가 지휘라는 언어를 받아들이는 과정은 쉽지만은 않을 거예요. 지휘자 역시 적응하는 과정이 수월하지는 않을 것이고요. 그러나 자유로운 음악을 꿈꾸는 이상, 모든 무대에서 버즈비트로 이루어진 오케스트라를 들을 날도 결코 멀지만은 않았습니다(웃음).”
(2018. 12. 1. 제1014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