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각장애인 자립생활 지원 사업 ‘손잡다’
우리는 ‘헬렌 켈러’를 알고 있다. 볼 수도 들을 수도 없는 시청각장애인으로, 엔 설리번 선생의 지도와 본인의 노력으로 장애를 넘어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위인으로, 오늘날까지 진정한 ‘인간승리’의 주인공으로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헬렌 켈러가 겪은 시청각장애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보다 모르는 부분이 더 많다. 시청각장애는 장애인복지법에서 규정하는 15가지의 장애 유형에 포함되어 있지 않기에, 정확한 인원 파악도 어려운 실정이다. 다른 나라의 시청각장애인 수에 근거해 우리나라는 약 5천 명 정도라고 짐작만 할 수 있을 뿐이다. 재활을 위한 지원체계도 마련되지 않고 있다. 때문에 지원 역시 다른 장애 유형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런 환경 속에서 시청각장애인 자립생활 지원 사업의 첫걸음을 뗀 곳이 있다. 우리동작장애인자립생활센터(이하 우리동작)는 시청각장애인 자립생활 지원 사업 ‘손잡다’를 시작했다. 이 사업을 맡고 있는 조원석(남, 26세) 씨와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직접 만나 점화로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서로 시간이 맞지 않아 부득이 서면으로 인터뷰가 이뤄졌다.
* 조원석 씨의 세상과 손잡기
‘시청각장애인’은 시각과 청각 기관 모두에 장애가 있는 이들이다. 그러나 ‘중복장애’라고 한데 묶어 지칭하는 건 무리가 있다. 시청각장애는 시각장애에 청각장애가 중복되었다는 것 이상의 복잡성과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손잡다’를 맡고 있는 조원석 씨도 시청각장애인이다. 그는 서울시의 ‘중증장애인인턴사업’에 선정돼, 올해 3월부터 우리동작에서 일하고 있다.
“예전부터 시청각장애인의 권익 증진과 복지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래서 그와 관련된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욕구가 강했죠. 저도 같은 입장이니까요(웃음).”
우리나라는 세계시청각장애인연합(WFDB)의 회원국이 아니다. 국내에서도 시청각장애인 관련 단체는 조 씨가 대학 졸업반 때 설립해 대표를 맡고 있는 임의단체 ‘손잡다’가 유일하다. 그리고 몇몇 자조모임이나 종교 모임만 존재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조 씨는 단체명을 그대로 가져와 시청각장애인 지원 사업 ‘손잡다’를 기획했다. 사회복지를 전공했고 관심을 두고 활동하던 분야라 더욱 의욕적이다.
“시청각장애인이 의사소통을 하거나 통역을 받을 때 주로 손을 이용합니다. 손을 잡는 행위는 시청각장애인에게는 ‘소통’ 그 자체로 의미가 있죠.”
또한 손을 뻗어 세상으로 나아가고 싶다는 바람이 내포되어 있기도 하다. 그런 희망을 품은 조원석 씨는 오늘도 ‘손잡다’를 통해 열심히 시청각장애인의 손을 잡아 세상으로 이끌고 있다.
* 헬렌 켈러처럼, 설리번처럼 ‘손잡다’
‘손잡다’에서 현재 진행 중인 시청각장애인 프로그램은 다양하다.
시청각장애인의 정서적 지지와 정보제공을 통해 공감대를 쌓고 유대감을 형성하는 ‘동료상담’이 있다. 내담자의 요청에 따라 상시로 이뤄진다.
매주 수요일에는 1:1로 한소네나 스마트비틀 등의 보조공학기기를 활용하는 ‘정보통신 교육’도 있다. 현재 광진구에 거주하는 시청각장애인 이용자가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교육을 받고 있다.
금요일에는 점화나 촉수어, 손바닥 필담 등을 학습하는 그룹형 ‘의사소통 교육’이 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이뤄지는 이 교육은 비장애인도 참여할 수 있다.
모든 프로그램은 개인의 상황을 고려하여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수업 일정은 어느 정도 탄력적일 수밖에 없다. 현재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시청각장애인 이용자는 모두 10명이다.
“지인에 의해 사업에 관해 듣고 참가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참여하고 싶지만 활동지원사도 없고 주변에 이동지원을 해줄 사람들도 없어서 센터에 오지 못하는 분은 집으로 찾아가거나, 직접 모시고 오기도 합니다. 그럴 때 그분들의 반응이 매우 폭발적이에요. 정말 기분 좋습니다.”
그는 프로그램의 기획뿐 아니라 진행도 맡고 있다. 시청각장애인을 대상으로 교육할 수 있는 전문 강사가 없기 때문이다. 행정과 실무를 병행하다 보니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시청각장애인 지원 사업의 가장 큰 문제는 ‘인력 부족’인 셈이다. 그는 12월 중순에 개최될 ‘설리번 세미나’에 기대를 걸고 있다.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져야 인력 양성과 인식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시청각장애인의 자립을 지원하는 데 관심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습니다. 일주일에 1회씩, 총 10주간 진행될 예정이고요. 장애인복지 분야 관계자, 청각장애인 통역사, 활동보조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분들이 참가했으면 좋겠어요.”
지난 4월 시청각장애인의 복지지원과 관련한 장애인복지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그러나 시행까지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손잡다’가 시청각장애인에게 더욱 큰 의미를 지닐 수밖에 없는 이유다. 조 씨는 더욱 큰 꿈을 꾸고 있다.
“훗날 시청각장애인을 전문적으로 지원하는 ‘헬렌켈러센터’를 만들고 싶어요. 우리 곁에 있는 미래의 헬렌 켈러를 지원할 수 있도록 말이에요. 설리번 선생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는 그런 센터를 만들고 싶습니다.”
조원석 씨의 꿈을 응원한다. 그 꿈이 이뤄지는 데 우리동작의 ‘손잡다’가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나아가 시청각장애인 복지체계를 마련하는 데 주춧돌이 되기를 기대한다.
‘손잡다’에 관한 문의는 02-812-2536이나, wooridjcil@gmail.com으로 하면 된다.
하지만 정작 헬렌 켈러가 겪은 시청각장애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보다 모르는 부분이 더 많다. 시청각장애는 장애인복지법에서 규정하는 15가지의 장애 유형에 포함되어 있지 않기에, 정확한 인원 파악도 어려운 실정이다. 다른 나라의 시청각장애인 수에 근거해 우리나라는 약 5천 명 정도라고 짐작만 할 수 있을 뿐이다. 재활을 위한 지원체계도 마련되지 않고 있다. 때문에 지원 역시 다른 장애 유형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런 환경 속에서 시청각장애인 자립생활 지원 사업의 첫걸음을 뗀 곳이 있다. 우리동작장애인자립생활센터(이하 우리동작)는 시청각장애인 자립생활 지원 사업 ‘손잡다’를 시작했다. 이 사업을 맡고 있는 조원석(남, 26세) 씨와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직접 만나 점화로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서로 시간이 맞지 않아 부득이 서면으로 인터뷰가 이뤄졌다.
* 조원석 씨의 세상과 손잡기
‘시청각장애인’은 시각과 청각 기관 모두에 장애가 있는 이들이다. 그러나 ‘중복장애’라고 한데 묶어 지칭하는 건 무리가 있다. 시청각장애는 시각장애에 청각장애가 중복되었다는 것 이상의 복잡성과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손잡다’를 맡고 있는 조원석 씨도 시청각장애인이다. 그는 서울시의 ‘중증장애인인턴사업’에 선정돼, 올해 3월부터 우리동작에서 일하고 있다.
“예전부터 시청각장애인의 권익 증진과 복지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래서 그와 관련된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욕구가 강했죠. 저도 같은 입장이니까요(웃음).”
우리나라는 세계시청각장애인연합(WFDB)의 회원국이 아니다. 국내에서도 시청각장애인 관련 단체는 조 씨가 대학 졸업반 때 설립해 대표를 맡고 있는 임의단체 ‘손잡다’가 유일하다. 그리고 몇몇 자조모임이나 종교 모임만 존재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조 씨는 단체명을 그대로 가져와 시청각장애인 지원 사업 ‘손잡다’를 기획했다. 사회복지를 전공했고 관심을 두고 활동하던 분야라 더욱 의욕적이다.
“시청각장애인이 의사소통을 하거나 통역을 받을 때 주로 손을 이용합니다. 손을 잡는 행위는 시청각장애인에게는 ‘소통’ 그 자체로 의미가 있죠.”
또한 손을 뻗어 세상으로 나아가고 싶다는 바람이 내포되어 있기도 하다. 그런 희망을 품은 조원석 씨는 오늘도 ‘손잡다’를 통해 열심히 시청각장애인의 손을 잡아 세상으로 이끌고 있다.
* 헬렌 켈러처럼, 설리번처럼 ‘손잡다’
‘손잡다’에서 현재 진행 중인 시청각장애인 프로그램은 다양하다.
시청각장애인의 정서적 지지와 정보제공을 통해 공감대를 쌓고 유대감을 형성하는 ‘동료상담’이 있다. 내담자의 요청에 따라 상시로 이뤄진다.
매주 수요일에는 1:1로 한소네나 스마트비틀 등의 보조공학기기를 활용하는 ‘정보통신 교육’도 있다. 현재 광진구에 거주하는 시청각장애인 이용자가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교육을 받고 있다.
금요일에는 점화나 촉수어, 손바닥 필담 등을 학습하는 그룹형 ‘의사소통 교육’이 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이뤄지는 이 교육은 비장애인도 참여할 수 있다.
모든 프로그램은 개인의 상황을 고려하여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수업 일정은 어느 정도 탄력적일 수밖에 없다. 현재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시청각장애인 이용자는 모두 10명이다.
“지인에 의해 사업에 관해 듣고 참가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참여하고 싶지만 활동지원사도 없고 주변에 이동지원을 해줄 사람들도 없어서 센터에 오지 못하는 분은 집으로 찾아가거나, 직접 모시고 오기도 합니다. 그럴 때 그분들의 반응이 매우 폭발적이에요. 정말 기분 좋습니다.”
그는 프로그램의 기획뿐 아니라 진행도 맡고 있다. 시청각장애인을 대상으로 교육할 수 있는 전문 강사가 없기 때문이다. 행정과 실무를 병행하다 보니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시청각장애인 지원 사업의 가장 큰 문제는 ‘인력 부족’인 셈이다. 그는 12월 중순에 개최될 ‘설리번 세미나’에 기대를 걸고 있다.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져야 인력 양성과 인식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시청각장애인의 자립을 지원하는 데 관심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습니다. 일주일에 1회씩, 총 10주간 진행될 예정이고요. 장애인복지 분야 관계자, 청각장애인 통역사, 활동보조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분들이 참가했으면 좋겠어요.”
지난 4월 시청각장애인의 복지지원과 관련한 장애인복지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그러나 시행까지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손잡다’가 시청각장애인에게 더욱 큰 의미를 지닐 수밖에 없는 이유다. 조 씨는 더욱 큰 꿈을 꾸고 있다.
“훗날 시청각장애인을 전문적으로 지원하는 ‘헬렌켈러센터’를 만들고 싶어요. 우리 곁에 있는 미래의 헬렌 켈러를 지원할 수 있도록 말이에요. 설리번 선생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는 그런 센터를 만들고 싶습니다.”
조원석 씨의 꿈을 응원한다. 그 꿈이 이뤄지는 데 우리동작의 ‘손잡다’가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나아가 시청각장애인 복지체계를 마련하는 데 주춧돌이 되기를 기대한다.
‘손잡다’에 관한 문의는 02-812-2536이나, wooridjcil@gmail.com으로 하면 된다.
(2018. 12. 15. 제1015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