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유럽여행기 ‘낯선 여행, 떠날 자유’ 펴낸 윤현희, 제삼열 부부
여행은 일상을 벗어난다는 이유만으로 설렘을 안긴다. 일상에 대한 불만 때문만은 아니다. 색다른 감정을 느끼고, 혹은 숨겨졌던 감정을 슬그머니 꺼내고 싶어서다.
그래서인지 지체장애인 윤현희(여, 34세) 씨와 시각장애인 제삼열(남, 32세) 씨가 9박 11일 동안 프랑스와 영국을 다녀왔다는 소식에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부부를 꼭 만나야겠다고 결심했다. ‘부부가 여행을 가는 게 뭐 특별해?’라고 물으면 딱히 할 말은 없다. 따지고 보면 호들갑스러울 일도 아니니까. 그런데 고맙게도, 부부는 여행기를 묶어 ‘낯선 여행, 떠날 자유(꿈의지도, 2018)’라는 책으로 펴냈다. 여행 이야기를 실컷 들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기회를 살려 윤현희, 제삼열 부부를 만나 원 없이 유럽여행에 대해 들어보기로 했다.
* “기차로 갈 수 있는 곳은 물렸어요. 그래서 비행기를 타기로 했죠”
결혼 5년 차인 윤현희, 제삼열 부부는 여행과 바다를 좋아했다. 그래서 부산, 울산, 여수, 강릉, 묵호 등등 기차가 다니는 곳, 그리고 장애인 콜택시가 있는 곳은 어디든 다녔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곳’이 ‘그곳’이 됐다. 새로운 곳을 찾을 수가 없었다. “좀 더 멀리 나가 볼까?” 부부의 마음에서 이런 외침이 들렸고, “먼 곳이라면 유럽?”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광고 회사에서 일하는 윤 씨는 그림을 그리고, 국어교사인 제 씨는 소설을 쓴다. 그들의 관심사인 미술과 문학의 고장, 유럽. 그중에서도 영국과 프랑스로 여행지를 정한 건 그리 특별한 선택은 아니었다.
여행 준비는 만만치 않았다. 숙소에 전동휠체어가 진입할 수 있는지, 여행지까지 어떻게 이동할지 등등. 부부에게는 새로운 곳에 갈 때 고려해야 할 것이 다른 이들보다 조금 더 많았다. 장애인 맞춤 여행사는 지나치게 비싼 값을 불렀다. 일반 여행사는 전동휠체어로 움직이는 걸 이해하지 못했다. 결국 안내인 없이 둘이서만 홀가분하게 떠나기로 했다. 그로부터 6개월간 윤 씨의 여행 준비가 이어졌다.
부부의 여행 스타일은 극과 극이다. 제 씨는 즉흥적인 무계획 여행을 즐기고, 윤 씨는 철저히 계획에 의한 여행을 한다. 이번 여행에서는 윤 씨의 꼼꼼한 준비가 빛을 발했다. 제 씨는 “그 덕에 여행도 다니고 그러는 거”라며 아내를 치켜세웠다.
이것저것 예약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호텔예약 사이트에 문의하고 며칠을 기다려야 답을 얻고, 추가 질문을 하고 또 며칠을 기다려 답을 얻었다. 그러다 질문이 잘못 전달돼 엉뚱한 답변을 듣기도 했다. 유로스타, 숙소, 기차표 예약 등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처방전도 영문으로 준비해야 했다. 장애인 할인을 받기 위한 영문 장애인등록증도 필수적이다. 윤 씨는 발급 당시의 일을 떠올리며 웃음을 터뜨렸다.
“영문 장애인등록증을 발급받으려고 주민센터에 갔어요. 그분들도 이런 일이 처음인지, 등록번호를 저보고 쓰라고 하시더라고요. 제가 이의를 제기하자 주민센터 직원들이 둥글게 모여 상의를 하시더라고요. 결국 영문 장애인등록증을 받는 데 1시간 30분이 걸렸어요(웃음).”
* “당신들 너무 잘 어울린다, 예쁘다, 용감하다!”
낯선 곳에 가는 것에 두려움이 없을 리 없었다. 하지만 영국과 프랑스는 부부의 여행을 두 팔 벌려 환영하는 듯했다. 전동휠체어를 타는 윤 씨는 저상버스를 타고 어디든 갈 수 있었고, 제 씨도 아내와 함께여서 아무런 불편 없이 여행할 수 있었다. 하루에 12킬로미터를 탈 수 있는 전동휠체어를 따라잡기 위해 제 씨의 발 이곳저곳은 멍으로 뒤덮였지만, 아픈 줄도 몰랐다. 부부는 낯선 곳에서 편안함을 느꼈다.
“영국은 시외버스도 저상버스예요. 택시도 전동휠체어를 통째로 실을 수 있게 돼 있죠. 우리나라는 시내버스 노선 몇 개만 저상버스로 운행이 되고, 심지어 손을 흔들어도 지나치는 경우도 많거든요. 영국과 프랑스에서는 손을 흔들지 않아도 알아서 서 주시더라고요.”
어떤 여행이든 즐거운 일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프랑스에서 장애인택시를 기다릴 때, 집시들과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집시가 일반 택시를 잡아주고 돈을 요구했다. 결국 현지 경찰이 집시를 제지해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 전동휠체어 등받이가 내려앉아 여행을 못 할 뻔한 아찔한 일도 겪었다. 지금은 이런 일마저도 여행지에서의 소소한 추억으로 남았다.
부부가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호텔 직원, 운전기사, 시민들이 부부를 자연스럽게 대했다는 것이었다. 제 씨는 가장 즐거웠던 순간을 에펠탑 밑의 청년 상인과 사진을 찍었던 것이라고 떠올렸다.
“숙소 근처였던 에펠탑 밑에는 기념품을 파는 청년 상인이 많아요. 늘 우리에게 밝게 웃으며 인사를 건네는 게 참 기분 좋았어요. 지금도 가끔 청년 상인과 찍은 사진을 보면 쾌활하고 에너지 넘치던 그때의 분위기를 느끼고 있답니다.”
윤 씨는 피커딜리 서커스 거리에서 겪은 특별한 경험을 털어놓았다.
“그곳에서 퍼포먼스를 하는, 황금빛 복장의 부부가 다가와서 우리에게 ‘당신들 부부냐’고 물어서 ‘그렇다’고 대답했어요. 대답을 듣고는 밝게 웃으며, ‘둘이 너무 잘 어울리고, 예쁘고, 멋지다, 용감하다’며 연신 엄지를 치켜세우더라고요. 한국에서는 우리가 부부라고 말하면 ‘둘이 어떻게 사냐’고 걱정부터 하는 분들이 대부분인데, 낯선 유럽에서 뜻밖의 격려가 매우 기분 좋았어요.”
* 다시 일상으로, 또 다른 여행을 꿈꾸며
부부는 여행에서 돌아와 며칠을 앓았다. 그리고 그 여행을 잊지 않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 프롤로그와 에피소드 한 개를 써서 출판사 다섯 곳에 보냈다. 그만큼 이번 여행의 흔적을 남기고 싶었다. 다섯 곳 중에 세 곳에서 연락이 왔다. 그중에서 가장 먼저 연락이 닿은 출판사에서 책을 출간하기로 했다. 5개월 동안 부부는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글을 썼다. 부부의 여행기는 한 권의 책으로 묶여 4월 20일 세상 밖으로 나온다.
부부는 다시 떠날 것이다. 독일, 스위스, 이탈리아, 동남아시아 등등 수많은 여행지에 부부의 발자국을 남길 계획이다.
제 씨는 장애인들이 세상 밖으로 나와 자신을 드러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럽 여행을 하면서 느낀 것은, 장애인이 거리 곳곳에 많다는 것이었어요. 그만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우러진 사회라는 거죠. 이번에 책을 낸 것도 이런 이유가 가장 커요. 일상적인 우리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비장애인들이 더 많이 읽었으면 좋겠어요.”
윤 씨는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어디든 떠나보라고 권했다.
“요즘은 장애인도 여행을 많이 다녀요. 물론 우리나라에서 여행을 다니려면 많은 어려움이 따르지요. 이곳(서울지하철 3호선 수서역)에서 3킬로미터 떨어진 아파트에 가기 위해 3시간 이상 장애인 콜택시를 기다리는 것처럼 말이죠. 하지만 우리를 보며 용기 내 여행을 떠났으면 좋겠어요(웃음).”
그래서인지 지체장애인 윤현희(여, 34세) 씨와 시각장애인 제삼열(남, 32세) 씨가 9박 11일 동안 프랑스와 영국을 다녀왔다는 소식에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부부를 꼭 만나야겠다고 결심했다. ‘부부가 여행을 가는 게 뭐 특별해?’라고 물으면 딱히 할 말은 없다. 따지고 보면 호들갑스러울 일도 아니니까. 그런데 고맙게도, 부부는 여행기를 묶어 ‘낯선 여행, 떠날 자유(꿈의지도, 2018)’라는 책으로 펴냈다. 여행 이야기를 실컷 들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기회를 살려 윤현희, 제삼열 부부를 만나 원 없이 유럽여행에 대해 들어보기로 했다.
* “기차로 갈 수 있는 곳은 물렸어요. 그래서 비행기를 타기로 했죠”
결혼 5년 차인 윤현희, 제삼열 부부는 여행과 바다를 좋아했다. 그래서 부산, 울산, 여수, 강릉, 묵호 등등 기차가 다니는 곳, 그리고 장애인 콜택시가 있는 곳은 어디든 다녔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곳’이 ‘그곳’이 됐다. 새로운 곳을 찾을 수가 없었다. “좀 더 멀리 나가 볼까?” 부부의 마음에서 이런 외침이 들렸고, “먼 곳이라면 유럽?”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광고 회사에서 일하는 윤 씨는 그림을 그리고, 국어교사인 제 씨는 소설을 쓴다. 그들의 관심사인 미술과 문학의 고장, 유럽. 그중에서도 영국과 프랑스로 여행지를 정한 건 그리 특별한 선택은 아니었다.
여행 준비는 만만치 않았다. 숙소에 전동휠체어가 진입할 수 있는지, 여행지까지 어떻게 이동할지 등등. 부부에게는 새로운 곳에 갈 때 고려해야 할 것이 다른 이들보다 조금 더 많았다. 장애인 맞춤 여행사는 지나치게 비싼 값을 불렀다. 일반 여행사는 전동휠체어로 움직이는 걸 이해하지 못했다. 결국 안내인 없이 둘이서만 홀가분하게 떠나기로 했다. 그로부터 6개월간 윤 씨의 여행 준비가 이어졌다.
부부의 여행 스타일은 극과 극이다. 제 씨는 즉흥적인 무계획 여행을 즐기고, 윤 씨는 철저히 계획에 의한 여행을 한다. 이번 여행에서는 윤 씨의 꼼꼼한 준비가 빛을 발했다. 제 씨는 “그 덕에 여행도 다니고 그러는 거”라며 아내를 치켜세웠다.
이것저것 예약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호텔예약 사이트에 문의하고 며칠을 기다려야 답을 얻고, 추가 질문을 하고 또 며칠을 기다려 답을 얻었다. 그러다 질문이 잘못 전달돼 엉뚱한 답변을 듣기도 했다. 유로스타, 숙소, 기차표 예약 등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처방전도 영문으로 준비해야 했다. 장애인 할인을 받기 위한 영문 장애인등록증도 필수적이다. 윤 씨는 발급 당시의 일을 떠올리며 웃음을 터뜨렸다.
“영문 장애인등록증을 발급받으려고 주민센터에 갔어요. 그분들도 이런 일이 처음인지, 등록번호를 저보고 쓰라고 하시더라고요. 제가 이의를 제기하자 주민센터 직원들이 둥글게 모여 상의를 하시더라고요. 결국 영문 장애인등록증을 받는 데 1시간 30분이 걸렸어요(웃음).”
* “당신들 너무 잘 어울린다, 예쁘다, 용감하다!”
낯선 곳에 가는 것에 두려움이 없을 리 없었다. 하지만 영국과 프랑스는 부부의 여행을 두 팔 벌려 환영하는 듯했다. 전동휠체어를 타는 윤 씨는 저상버스를 타고 어디든 갈 수 있었고, 제 씨도 아내와 함께여서 아무런 불편 없이 여행할 수 있었다. 하루에 12킬로미터를 탈 수 있는 전동휠체어를 따라잡기 위해 제 씨의 발 이곳저곳은 멍으로 뒤덮였지만, 아픈 줄도 몰랐다. 부부는 낯선 곳에서 편안함을 느꼈다.
“영국은 시외버스도 저상버스예요. 택시도 전동휠체어를 통째로 실을 수 있게 돼 있죠. 우리나라는 시내버스 노선 몇 개만 저상버스로 운행이 되고, 심지어 손을 흔들어도 지나치는 경우도 많거든요. 영국과 프랑스에서는 손을 흔들지 않아도 알아서 서 주시더라고요.”
어떤 여행이든 즐거운 일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프랑스에서 장애인택시를 기다릴 때, 집시들과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집시가 일반 택시를 잡아주고 돈을 요구했다. 결국 현지 경찰이 집시를 제지해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 전동휠체어 등받이가 내려앉아 여행을 못 할 뻔한 아찔한 일도 겪었다. 지금은 이런 일마저도 여행지에서의 소소한 추억으로 남았다.
부부가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호텔 직원, 운전기사, 시민들이 부부를 자연스럽게 대했다는 것이었다. 제 씨는 가장 즐거웠던 순간을 에펠탑 밑의 청년 상인과 사진을 찍었던 것이라고 떠올렸다.
“숙소 근처였던 에펠탑 밑에는 기념품을 파는 청년 상인이 많아요. 늘 우리에게 밝게 웃으며 인사를 건네는 게 참 기분 좋았어요. 지금도 가끔 청년 상인과 찍은 사진을 보면 쾌활하고 에너지 넘치던 그때의 분위기를 느끼고 있답니다.”
윤 씨는 피커딜리 서커스 거리에서 겪은 특별한 경험을 털어놓았다.
“그곳에서 퍼포먼스를 하는, 황금빛 복장의 부부가 다가와서 우리에게 ‘당신들 부부냐’고 물어서 ‘그렇다’고 대답했어요. 대답을 듣고는 밝게 웃으며, ‘둘이 너무 잘 어울리고, 예쁘고, 멋지다, 용감하다’며 연신 엄지를 치켜세우더라고요. 한국에서는 우리가 부부라고 말하면 ‘둘이 어떻게 사냐’고 걱정부터 하는 분들이 대부분인데, 낯선 유럽에서 뜻밖의 격려가 매우 기분 좋았어요.”
* 다시 일상으로, 또 다른 여행을 꿈꾸며
부부는 여행에서 돌아와 며칠을 앓았다. 그리고 그 여행을 잊지 않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 프롤로그와 에피소드 한 개를 써서 출판사 다섯 곳에 보냈다. 그만큼 이번 여행의 흔적을 남기고 싶었다. 다섯 곳 중에 세 곳에서 연락이 왔다. 그중에서 가장 먼저 연락이 닿은 출판사에서 책을 출간하기로 했다. 5개월 동안 부부는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글을 썼다. 부부의 여행기는 한 권의 책으로 묶여 4월 20일 세상 밖으로 나온다.
부부는 다시 떠날 것이다. 독일, 스위스, 이탈리아, 동남아시아 등등 수많은 여행지에 부부의 발자국을 남길 계획이다.
제 씨는 장애인들이 세상 밖으로 나와 자신을 드러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럽 여행을 하면서 느낀 것은, 장애인이 거리 곳곳에 많다는 것이었어요. 그만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우러진 사회라는 거죠. 이번에 책을 낸 것도 이런 이유가 가장 커요. 일상적인 우리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비장애인들이 더 많이 읽었으면 좋겠어요.”
윤 씨는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어디든 떠나보라고 권했다.
“요즘은 장애인도 여행을 많이 다녀요. 물론 우리나라에서 여행을 다니려면 많은 어려움이 따르지요. 이곳(서울지하철 3호선 수서역)에서 3킬로미터 떨어진 아파트에 가기 위해 3시간 이상 장애인 콜택시를 기다리는 것처럼 말이죠. 하지만 우리를 보며 용기 내 여행을 떠났으면 좋겠어요(웃음).”
(2018. 4. 15. 제999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