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기 어려운 시각장애인용 음향신호기
“작동은 잘 되는 편이에요. 하지만 위험하죠. 음향신호기 찾다가 차도로 가게 되는 경우도 있고. 간혹 다치는 일도 있거든요.”
시각장애인 B 씨(남, 30)는 음향신호기 버튼을 찾다가 위험했던 경험이 제법 많다. 물론 음향신호기 리모컨이 있지만 오작동 되는 경우도 있고, 가지고 다니기 거추장스러워서 사용하지 않은 지 오래다.
B 씨는 얼마 전 서울 동대문 용두공원 앞 건널목에서 애를 먹었다. 음향신호기가 인도에 있긴 하지만 너무 바깥쪽으로 설치되어 있어, 보행을 하다 차도로 내려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점자블록까지 부실해 신호기를 찾는 일이 더욱 난감했다.
시각장애인의 보행을 돕기 위해 설치된 ‘음향신호기’는 신호등의 상태를 음성으로 안내할 뿐 아니라 현재 위치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는 기능도 한다. 위치 안내 음향은 교차로의 경우 우측 횡단보도에는 여성 목소리, 좌측 횡단보도에는 남성 목소리로 작동한다. 또한 건널목 방향에 따라 신호음도 다르다. 동쪽이나 서쪽이면 귀뚜라미 소리, 남쪽이나 북쪽은 새소리다.
음향신호기는 1985년에 처음 도입되었는데, 그 당시에는 녹색불이 켜질 때마다 음성으로 알려 주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소리가 너무 크다는 민원이 제기되어 1996년 버튼을 눌러 작동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그 후 이용자의 의견이 반영돼 몇 차례 개선되었다.
음향신호기 설치 규정상 신호기 전면 30cm 이내에 점자블록을 설치해 시각장애인이 지표로 삼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이를 지키지 않은 곳도 많거니와 점자블록의 관리 소홀로 음향신호기 위치를 인지하지 못하는 사례도 많다. 따라서 B 씨처럼 불편을 호소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시각장애인용 음향신호기의 문제점을 짚어봤다.
* 쓰레기통, 파라솔, 전단지 등 장애물의 폭거! 연락처는 어디에?
무엇보다 음향신호기 접근성 문제는 빼놓을 수 없다. 화양사거리 횡단보도(서울 성수동)처럼 접근성이 확보되지 않은 건널목이 제법 많다. 식당의 음식물 쓰레기통이나 파라솔 등의 구조물이 신호기 앞이나 옆에 놓여 있기 일쑤다. 보행에 방해를 줄 뿐 아니라 파라솔의 경우 높이가 얼굴과 비슷해 자칫 다칠 수 있다.
또 고려대학교 인근 건널목의 음향신호기는 전단지로 가득했다. 과외, 하숙, 빌라 분양 등 온갖 광고물 탓에 신호기 버튼을 인지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었다. 더구나 신호기 버튼에 표기된 점자도 점과 점 사이의 간격이 맞지 않아 이용자가 인지하기에는 문제가 있었고, 점자가 훼손되어 읽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심지어 아예 점자가 없는 신호기도 종종 보였다.
가장 큰 문제는 이런 불편 민원을 제기할 수 있는 ‘연락처’가 표기되어 있지 않은 신호기가 많다는 점이다. 음향신호기 규정상 버튼 위쪽에 연락처를 점자로 표기해야 함에도 10개 중 8개꼴로 연락처 점자 표기가 없었다. 심지어 10개 중 5개꼴로 묵자 표기도 없었다. 고장이나 문제를 발견하더라도 신고할 수 없으니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
* 가로수에 막히고 화단에 심어진 음향신호기
음향신호기 지주(신호기가 설치된 기둥)의 위치 또한 적절하지 못한 건널목이 제법 있었다. 안암동 오거리 인근 횡단보도는 인도 중간에 가로수가 서 있다. 그리고 신호기가 가로수에 설치돼 있다. 게다가 횡단보도 반대편에 위치해 시각장애인은 음향신호기가 없는 것으로 여기고 그냥 지나치게 된다.
한편 성수동 건널목은 더욱 심각했다. 화단 안에 음향신호기가 자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길목에는 신문 거치대까지 있어 감히 접근성 자체가 최악이라 단언할 수 있다. 실제 시각장애인 H 씨(여, 28)는 그 신호기를 찾다가 화단에 걸려 부상을 입은 적이 있다.
이 밖에도 신호의 점멸 간격이 빨라 장애인·노인·임산부 등 교통약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점, 음향 볼륨이 작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점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
시각장애인용 음향신호기의 규격은 경찰청에서 정하고 설치와 관리는 각 지방자치단체가 맡는다. 한 대당 40만 원이라 복지시설, 공공건물, 역사 주변 등 인구밀집지역 횡단보도에 우선 설치된다. 각 지방자치단체는 교통약자의 이동편의증진법 제10조 및 동법 시행규칙 제2조에 따라 매년 음향신호기를 꾸준히 마련하고 있으며 설치율은 2017년 기준으로 전국 약 20%, 서울은 55%이다. 하지만 시각장애인에게는 개수의 증대보다 질적인 관리가 더 중요하다. 안전 문제와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 교통운영과 신호설치팀은 “매년 상·하반기에 2회 전수조사를 통해 규격에 맞지 않은 음향신호기 교체 및 수리 점검을 하고 있지만 인력이 부족해 마음만큼 따라주지 못하는 것 같다”며, “음향신호기에 대한 불편 사항이 있다면 다산콜센터 120으로 언제든 문의해 달라”고 전했다.
아직 건널목 음향신호기는 안전한 녹색불이라고 할 수 없다. 바라건대 시각장애인들이 마음 놓고 건너갈 수 있는 그런 횡단보도가 되기를 꿈꾼다.
시각장애인 B 씨(남, 30)는 음향신호기 버튼을 찾다가 위험했던 경험이 제법 많다. 물론 음향신호기 리모컨이 있지만 오작동 되는 경우도 있고, 가지고 다니기 거추장스러워서 사용하지 않은 지 오래다.
B 씨는 얼마 전 서울 동대문 용두공원 앞 건널목에서 애를 먹었다. 음향신호기가 인도에 있긴 하지만 너무 바깥쪽으로 설치되어 있어, 보행을 하다 차도로 내려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점자블록까지 부실해 신호기를 찾는 일이 더욱 난감했다.
시각장애인의 보행을 돕기 위해 설치된 ‘음향신호기’는 신호등의 상태를 음성으로 안내할 뿐 아니라 현재 위치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는 기능도 한다. 위치 안내 음향은 교차로의 경우 우측 횡단보도에는 여성 목소리, 좌측 횡단보도에는 남성 목소리로 작동한다. 또한 건널목 방향에 따라 신호음도 다르다. 동쪽이나 서쪽이면 귀뚜라미 소리, 남쪽이나 북쪽은 새소리다.
음향신호기는 1985년에 처음 도입되었는데, 그 당시에는 녹색불이 켜질 때마다 음성으로 알려 주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소리가 너무 크다는 민원이 제기되어 1996년 버튼을 눌러 작동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그 후 이용자의 의견이 반영돼 몇 차례 개선되었다.
음향신호기 설치 규정상 신호기 전면 30cm 이내에 점자블록을 설치해 시각장애인이 지표로 삼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이를 지키지 않은 곳도 많거니와 점자블록의 관리 소홀로 음향신호기 위치를 인지하지 못하는 사례도 많다. 따라서 B 씨처럼 불편을 호소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시각장애인용 음향신호기의 문제점을 짚어봤다.
* 쓰레기통, 파라솔, 전단지 등 장애물의 폭거! 연락처는 어디에?
무엇보다 음향신호기 접근성 문제는 빼놓을 수 없다. 화양사거리 횡단보도(서울 성수동)처럼 접근성이 확보되지 않은 건널목이 제법 많다. 식당의 음식물 쓰레기통이나 파라솔 등의 구조물이 신호기 앞이나 옆에 놓여 있기 일쑤다. 보행에 방해를 줄 뿐 아니라 파라솔의 경우 높이가 얼굴과 비슷해 자칫 다칠 수 있다.
또 고려대학교 인근 건널목의 음향신호기는 전단지로 가득했다. 과외, 하숙, 빌라 분양 등 온갖 광고물 탓에 신호기 버튼을 인지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었다. 더구나 신호기 버튼에 표기된 점자도 점과 점 사이의 간격이 맞지 않아 이용자가 인지하기에는 문제가 있었고, 점자가 훼손되어 읽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심지어 아예 점자가 없는 신호기도 종종 보였다.
가장 큰 문제는 이런 불편 민원을 제기할 수 있는 ‘연락처’가 표기되어 있지 않은 신호기가 많다는 점이다. 음향신호기 규정상 버튼 위쪽에 연락처를 점자로 표기해야 함에도 10개 중 8개꼴로 연락처 점자 표기가 없었다. 심지어 10개 중 5개꼴로 묵자 표기도 없었다. 고장이나 문제를 발견하더라도 신고할 수 없으니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
* 가로수에 막히고 화단에 심어진 음향신호기
음향신호기 지주(신호기가 설치된 기둥)의 위치 또한 적절하지 못한 건널목이 제법 있었다. 안암동 오거리 인근 횡단보도는 인도 중간에 가로수가 서 있다. 그리고 신호기가 가로수에 설치돼 있다. 게다가 횡단보도 반대편에 위치해 시각장애인은 음향신호기가 없는 것으로 여기고 그냥 지나치게 된다.
한편 성수동 건널목은 더욱 심각했다. 화단 안에 음향신호기가 자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길목에는 신문 거치대까지 있어 감히 접근성 자체가 최악이라 단언할 수 있다. 실제 시각장애인 H 씨(여, 28)는 그 신호기를 찾다가 화단에 걸려 부상을 입은 적이 있다.
이 밖에도 신호의 점멸 간격이 빨라 장애인·노인·임산부 등 교통약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점, 음향 볼륨이 작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점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
시각장애인용 음향신호기의 규격은 경찰청에서 정하고 설치와 관리는 각 지방자치단체가 맡는다. 한 대당 40만 원이라 복지시설, 공공건물, 역사 주변 등 인구밀집지역 횡단보도에 우선 설치된다. 각 지방자치단체는 교통약자의 이동편의증진법 제10조 및 동법 시행규칙 제2조에 따라 매년 음향신호기를 꾸준히 마련하고 있으며 설치율은 2017년 기준으로 전국 약 20%, 서울은 55%이다. 하지만 시각장애인에게는 개수의 증대보다 질적인 관리가 더 중요하다. 안전 문제와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 교통운영과 신호설치팀은 “매년 상·하반기에 2회 전수조사를 통해 규격에 맞지 않은 음향신호기 교체 및 수리 점검을 하고 있지만 인력이 부족해 마음만큼 따라주지 못하는 것 같다”며, “음향신호기에 대한 불편 사항이 있다면 다산콜센터 120으로 언제든 문의해 달라”고 전했다.
아직 건널목 음향신호기는 안전한 녹색불이라고 할 수 없다. 바라건대 시각장애인들이 마음 놓고 건너갈 수 있는 그런 횡단보도가 되기를 꿈꾼다.
(2018. 3. 15. 제997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