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병 속에서도 자신을 잃지 않는 굳건한 그녀, 김지홍 씨
시각장애인이라고 하면 시력을 잃고 빛조차 볼 수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전혀 보지 못하는 전맹은
시각장애인 인구의 약 12%에 불과합니다. 대부분은 저시력 시각장애인입니다.저시력인들은 시력이 안 좋거나 시야가 좁은 경우도 있고,
일부분만 안 보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눈에 먼지가 끼거나 먹물을 뿌린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시각장애는 다양한 형태로 존재합니다. 발생 이유도 선천적인 경우, 질병, 사고 등 다양합니다.
여기 희귀병인 루푸스로 인해 시각장애를 갖게 됐지만 좌절하지 않고 사회에 적응하여 당당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김지홍 씨의 이야기를 들어봅시다.
✔️ 루푸스는 어떤 병이에요?
💬 신체의 면역체계가 문제를 일으켜 스스로의 조직과 장기를 외부침입으로 인식하여 공격하는 자가면역질환이에요.
발병하게 된 원인도, 치료 방법도 없는 희귀난치병이죠. 10년 내 사망율이 10%에 육박하는 무서운 병인데 잘 알려지지 않아 사람들이 잘 모르는 병입니다.
저는 뇌에 발병되었는데, 뇌가 시신경과 가까이 있어서 뇌병변과 동시에 시각장애를 갖게 되었어요.
✔️ 복지관은 어떻게 알게 되었나요?
💬 퇴원하고 집 안에만 있다가 영영 못 나갈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집 밖으로 나가 온 동네를 돌아다니기 시작했어요.
너무 막막하고 도움이 간절했었기에 일단 강동구에 있는 장애인복지관을 모두 찾아갔어요. 하지만 실질적인 도움을 받지 못했어요.
마지막으로 한국시각장애인복지관을 찾아갔습니다. 상담을 해주셨던 직원이 가장 먼저 하신 것은 제 손을 잡아주셨죠.
장애를 갖게 된 직후 운영하던 사업을 급히 처분하면서 경제적으로도 많이 힘들었어요.
복지관 직원분은 금전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신청하는 것까지 함께 도와주셨습니다.
이대로 무너지란 법은 없다는 것을 느꼈죠. 그 이후로도 많은 도움을 주고 계세요.
✔️ 시각장애를 갖게 된 후 삶의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 일상생활이 완전히 망가졌어요. 시각장애가 찾아온 순간 제가 하던 사업도, 연애도 순식간에 마침표를 찍었어요.
친한 친구들도 옆에 있어줄 수 있는 친구와 아닌 친구로 나뉘었죠. 친구들 중에는 제가 ‘시각장애인이 되었어.’라고 얘기하는 것만으로도
심리적인 폭력을 당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더라고요. 반면에 제 이야기를 듣고 눈앞에 닥친 현실에 대해 공감해주고,
조금이라도 실질적인 도움을 주려고 애쓰는 친구들이 있었죠. 아직까지도 큰 힘이 되어주고 있어요.
저도 장애를 가지기 전에는 ‘지인 누군가가 장애를 갖게 되면 도와주고 배려해줘야지’라고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막상 당사자가 되어 보니 그러한 마음의 여유와 배려심을 가진다는 게 쉽지도 당연하지도 않다는 것을 체감했죠.
✔️ 본인 스스로의 심적인 변화도 있었을 것 같아요.
💬 비장애인이던 몇 년 전만 해도 점자유도블록이 나와 전혀 관련 없는 노란 선이라고 생각했었어요.
이젠 나와 같은 사람들을 위한 선이라는 걸 알게 되니 발에 밟히는 촉감이 소중해졌습니다.
하지만 점자유도블록 위에 자전거, 킥보드, 자동차 등 장애물이 많아서 힘들어요. 잘 보일 때는 피해서 갈 수 있었지만, 지금은 쉽지 않으니까요.
누군가에게는 위협적인 장애물이란 걸 저 자신도 당사자가 된 이후에야 깨달은 거죠. 그런 것들이 셀 수 없이 많아요.
또한 마음에 큰 상처를 받아 세상이 두려워진 일도 많았어요.
길을 가고 있었는데 ‘진짜로 안보이나?’라는 말과 함께 ‘워!’하면서 놀래키는 사람도 있었어요. 아이도 아니고 성인이었는데 말이죠.
심지어 모르는 사람이 나쁜 생각을 갖고 제 뒤를 따라오는 무서운 사건도 있었고요.
✔️ 직장을 구하셨다고 들었어요. 어려움은 없나요?
💬 현재 강동아트센터에서 2년 째 근무 중이에요. 친구들이 채용공고를 찾아서 알려주었어요.
상일동에 위치한 푸르미홀의 대관, 행정업무 등 다양한 업무를 보고 있어요. 제가 한쪽 눈은 시력이 없고, 나머지 눈도 저시력에 시야각이 제한적이라서,
큰 모니터를 쓰고 마우스 포인터나 글씨 크기를 조정해서 업무를 보고 있습니다. 비장애인들보다 좀 더 천천히 문서를 읽고 작성하도록 배려 받고 있어요.
✔️ 꿈꾸는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요?
💬 시각장애인과 비시각장애인 사이에 경계가 없는 삶을 사는 방법을 찾고 싶어요. 당연히 막막하고 쉽지 않죠.
아무래도 사회구조적인 도움이 절실한 문제다 보니 일단은 공공분야에서 좀 더 일하며 배우고 싶고요.
차후 미디어 활동이나 개인적인 공부를 더해 저와 같은 시각장애인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길을 찾는 게 목표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