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라는 무대를 즐기는, 여성대학 <소리꽃>
글|기획홍보팀 전수연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기에, 모두가 처음 서보기 때문에, 우리는 세상이란 무대에선 모두 다 같은 아마추어야.”
긴장한 참가자들이 옹기종기 모인 대기실에 이승철의 ‘아마추어’가 울려 퍼집니다. 각자 다른 목소리가 쌓여 만들어지는 한 곡.
마음을 끌어당기는 가사 때문일까요? 바쁘게 준비하던 사람들도 잠시 소리를 죽이고 귀를 기울입니다. 실수투성이에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아마추어로서 그냥 즐기자는 노래가 꼭 무대를 앞둔 사람들에게 건네는 이야기 같습니다.

올해로 10회를 맞이한 <이음가요제>는 장애인이 자신의 숨겨진 재능을 뽐내고, 가수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스타 발굴 프로젝트입니다.
서류와 영상으로 예선을 통과한 12팀만이 본선에 진출할 수 있는데, 해가 갈수록 경쟁이 심해져 참여자들은 본 무대에 서는 기회마저 간절하다고 말합니다.
그 치열한 무대에 시각장애인 여성대학 이용자 8명으로 구성된 ‘소리꽃’ 팀이 오르게 되었습니다.
다른 참가자들과는 다르게 초연한 모습, 기대하지 않아서 욕심도 없다는 말이 오히려 ‘소리꽃’ 팀원들을 더 초조하게 만듭니다. 이왕 대회인데 잘해보자는,
실력 발휘하고 내려오자는 설득도 통하지 않았습니다. ‘이 순간을 좋은 추억으로 남기자!’ 그녀들이 원하는 건 그뿐이었습니다.
가수처럼 멋들어진 기교를 부리는 참가자들에게 응원을 보내고, 무대를 즐기는 것이요.
드디어 ‘소리꽃’의 차례가 다가왔습니다. 무대 위, 마이크를 잡은 8명의 모습에서 긴장이 아닌 설렘이 묻어났습니다.
흘러나오는 간주에 맞춰 시작되는 노래가 관객의 가슴에 스며들기 시작했습니다. 홀린 듯 무대를 보고 있자니, 문득 심사위원이 했던 말이 떠오릅니다.
노래를 통해 얼마나 진정성 있는 이야기를 들려줄지 기대하겠다는 말이었습니다.
“나의 길을 가면 언젠가, 꿈이 나를 기다리겠지.”
‘소리꽃’은 자기소개 한마디도 없이 노래 한 곡으로 자신의 기나긴 삶을 전했습니다. 노래가 절정에 달할수록 듣는 이의 목이 먹먹해집니다.
여기까지 달려온 여정과 꿈을 포기하지 않고 정진해 온 열정이 마음에 절절히 닿았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니 모두가 같은 감정을 느끼고 있는 듯했습니다.

“제10회 이음가요제 인기상, 참가번호 9번 ‘소리꽃’입니다!”
그 때문이었을까요? 놀랍게도 ‘소리꽃’팀은 인기상을 받았습니다. 연습 시간이 부족했다며 수상은 기대조차 하지 않았던지라,
모두가 얼떨떨한 표정으로 얼싸안으며 수상을 축하했습니다. 마치 노래 가사가 현실이 된 듯, 꿈같은 수상이 ‘소리꽃’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반질반질 투명한 트로피에 ‘소리꽃’이라는 이름이 새겨졌습니다. 수상과 영예를 바라지 않고, 이 순간을 즐긴 이에게만 주어지는 기쁨이었습니다.
무대는 끝났지만, 그 울림은 여전히 우리 마음에 남아 있습니다. ‘소리꽃’은 앞으로도 동료를 믿고, 다가오는 기회를 즐기며,
세상이라는 무대 위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노래할 것입니다. 그 노랫소리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 용기가 될 수 있도록,
한국시각장애인복지관이 앞으로도 함께 하겠습니다.


